수석무용수 설문조사 : 가장 기억에 남는 극중 인물
환하게 웃는 저 얼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화려한 공중돌기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이 작품은 어디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어떤 희망과 꿈을 담아내고 있을까?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션윈 예술가들을 만나보자. 수석무용수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극중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안젤리아 왕
션윈 뉴욕예술단 수석무용수
안젤리아 왕: 2016년 작품 항아분월(嫦娥奔月)에 나온 달의 여신 항아 캐릭터가 인상에 남는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뮬란을 연기했다. 당시 이 역사적 인물을 이해하려고 공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몰입이 어려웠다. 모든 감정과 동작을 정확히 해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술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한 시즌 내내 뮬란을 연기한 후에 하나를 배웠다. 그 인물을 연기하려면 바로 그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 연기는 자연스럽게 배워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에 연기한 달의 여인 항아는 극적인 연기를 요구했다.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고 공부를 했다. 항아가 느꼈을 감정, 항아가 남긴 인상 같은 것을 찾아봤다. 내 연기를 그런 감정들과 연결시켜봤다. 그러자 마침내 무대에서 항아를 그려낼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정말로 기뻤다.
그래서 항아가 가장 인상 깊다. 내 자신이 바로 그 인물이 되었던 그런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공을 들인 후에 마침내 내 안에서 이 여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무용을 통해 나 자신,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관객들과 또 다른 차원에서 연결되는 법을 배웠다.
대니 리
션윈 뉴욕예술단 수석무용수
대니 리: 2016년 작품 ‘젊은 스님과 홍위병’이 인상에 남는다. 중국 문화혁명 당시 절을 파괴하는 홍위병을 연기했다. 악역 연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정신 나간 어리석은 행동을 그려내야 했다. 무용극에서 강도, 사악한 용 등 온갖 악당이 등장하긴 하지만 한번도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아마 내가 너무 순진해 보여서 그런가 보다. 어쨌든 홍위병 역을 맡았고 절을 부수면서 스님들에게 펀치를 날리는 연기를 했다.
잔인성 때문은 아니고 홍위병 연기를 통해 느낀 바가 있었기에 인상에 깊이 남는다. 홍위병을 통해 전통문화의 부활이 왜 중요한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현재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통치하에 있고, 전통문화를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홍위병을 연기할 때마다 마치 문화혁명 때처럼 여전히 자신의 문화를 멸시하는 중국인들이 생각났다. 이는 공연 때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5천 년 문화를 존중하고 알아가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멜로디 친
션윈 뉴욕예술단 수석무용수
멜로디 친: 가장 인상에 남는 캐릭터는 2015년 작품 in 2015’s ‘서유기’에 등장하는 백골 요괴이다. 처음 이 역할을 맡았을 때 한편으로는 신나면서 또 한편으로는 주저했다. 온갖 연기와 무용 기술 뿐 아니라 캐릭터의 얼굴을 순식간에 바꾸는 변검(變臉) 기술을 배워야했기 때문에 정말 신났다. 변검은 스촨 지방의 전통극에서 가장 유명하고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변검은 스승에서 제자로 비밀리에 전수되는 기법으로 대중뿐 아니라 다른 연기자들도 알지 못하게 한다.
또 한편으로는 백골요괴가 지닌 사악함을 제대로 연기해내지 못할까 걱정됐다. 하지만 이 캐릭터를 준비하고 안무가와 작업하는 과정에서 좋은 무용수라면 어떤 역할도 해내야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악역을 제대로 해내어 주인공과의 차이를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다면 주인공의 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악역 연기를 통해 좋은 인물의 역할도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차성호
션윈 순회예술단 수석무용수
차성호: 2016년 무용극 ‘견정’에 등장하는 노인 역할이 인상에 남는다. 옳은 일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마주하고도 분투하는 이 인물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천자링
션윈 뉴욕예술단 수석무용수
천자링: 2015년 작품 ‘수호전’에 등장하는 린 씨 역할이 인상 깊다. 내가 처음 맡은 듀엣 연기이자 주요 인물이었다.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많은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 큰 걸음걸이로 우아하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법이나 파트너의 발을 밟지 않는 법 같은 것들이다. 세 번의 리프트 동작을 해내야 했는데 매일 수평봉 위로 내 몸을 밀어 올리면서 공중에 들여 올려지는 느낌을 찾으려 했다. 또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기 위해 허리 힘을 길러야 했다.
그 시즌 끝에서 두 번째 공연에서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기억한다. 무대에서 바로 그 캐릭터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중국의 오래된 속담 ‘인생이 연극이고 연극이 인생같다’(人生如戲,戲如人生, rén shēng rú xì, xì rú rén shēng)는 말처럼 말이다.).
앨빈 쑹
션윈 국제예술단 수석무용수
앨빈 쑹: 2008년 션윈 데뷔 이후 지금까지 908회 공연을 치뤘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인물은 2015년 작품 ‘자비의 힘’에 등장하는 파룬따파 수련생이다. 리허설 시즌 동안 이 작품의 안무가 천융자를 도와 작품을 완성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 작품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 한 젊은이에 대한 얘기다. 이 남자는 겨우 자신을 쫓는 경찰들을 피해 달아났다. 그런데 이중 한 사람이 넘어져서 다리를 다친 모습을 보고는 다시 돌아가서 다친 경찰을 도와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었고 우리가 어디서 공연을 하든 관객들이 정말 감동했다. 이는 또한 무용과 음악이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 언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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