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수석무용수 안젤라 샤오
매그니피상스(Magnifissance) 매거진은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발행되고 있는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잡지이다. 매그니피상스는 동서양 두 전통에 담긴 아름다움과 품격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동서양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매그니피상스 특집기사: “안젤라 샤오: 우아한 춤과 이타적인 마음자세”
무용수 안젤라 샤오에게 매주 6일씩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집중적인 연습과 6개월 간 지속되는 투어 일정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일정은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 느낄 수 있지만 안젤라는 아주 잘 사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중국고전무용 단체인 션윈예술단에서 10년 간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안젤라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톡톡 튀는 매력과 진지함이 공존하는 안젤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가끔은 휴가 때 시간이 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일 때도 있다고 한다.
안젤라는 투어가 주는 짜릿함을 좋아한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거의 10년 가까이 전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이 새로움이 그녀에게 원동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젤라가 투어를 계속하도록 유지시켜주는 큰 힘은 의식적으로 아주 미묘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처음에는 작지만 계속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매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더 이타적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자신을 먼저 생각하면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죠.” 무용이라는 예술의 성격으로 인해 이 이타심은 또한 무용 기술을 향상시키는 핵심이기도 하다.
자신과 마주하다
고대 중국 문화에서는 하늘의 섭리를 통해 자연현상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지도하는 원리로 삼았다. 그래서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하늘의 섭리에 자신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수준 높은 사람들은 밝게 빛나는 정신을 가졌고 이 빛을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창조한 예술은 어둡고 불행을 퍼뜨릴 것이다.
안젤라에게는 자신의 예술에서 이런 시각을 실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명품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매그니피상스와 인터뷰에서 안젤라는 화려한 의상과 완벽하게 조율된 동작뿐 아니라 이타심이 어떻게 그녀의 춤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는지 설명했다.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중국고전무용에서는 자기 내면을 드러내게 됩니다. 춤을 출 때 자신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죠. 관객들은 무용수의 성격을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제 동작이 작을 때가 있는 데, 제 성격과 연결된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개방적이 되려고 노력하죠”
춤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다
중국고전무용에서 무용수 내면의 감정은 신운(身韻)이라는 방법을 통한 훈련 대상이기도 하다. 션윈 웹사이트에 따르면 “신운은 정신적 풍모, 호흡, 생각, 운치, 깊은 내면의 정서를 강조한다.”라고 설명한다.
신운은 고난도 기술 중 하나이다. 안젤라가 가장 좋아하는 궁중무용을 할 때는 신운이 더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문화적 영감
안젤라는 어렸을 때부터 고대 중국 궁중 생활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흥미를 느꼈다. 10년 동안 중국고전무용을 공연하다보니 현대를 살고 있는 안젤라가 고대 궁중의 삶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는 듯 느껴진다.
안젤라는 네 살 때 캐나다로 왔다. 하지만 다행히 조부모님이 가까이 살고 계셨고 그녀에게 많은 중국 동화를 들려주셔서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게 해주셨다.
10대 시절에는 중국 4대 고전소설을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삼국지연의였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한나라 군사령관 조조가 쓴 시 ‘바다’를 좋아한다. 이 시에서 조조는 바다를 바라볼 때 느끼는 행복감을 그렸다. 안젤라는 “이 시를 읽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라고 말한다.
안젤라는 션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또 뉴욕주 북부에 위치한 사립학교인 페이톈예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페이톈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역사와 중국어 심화 과정을 통해 전통 중국 문화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안젤라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은 태종 황제와 그의 아내 장순황후이다. 부황(父皇)이 사망하자 태종은 중국 역사에서 황금기로 불리는 당나라의 두 번째 황제가 되었다. 그의 아내는 황후가 되었고 관용과 지혜,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례로 황후가 병이 들자 사원에 제물을 더 바쳐 황후의 건강을 기원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장순황후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녀의 죽음은 운명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운명을 바꾸려고 나라의 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순황후는 36살 나이에 서거했다. 하지만 죽기 전 황제에게 두 가지 청을 했다.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공적이 없는 그녀의 친척을 승진시키지 말 것(일부가 황후와의 관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였음)과 국가 자원을 낭비해가며 화려한 무덤을 짓지 말도록 당부했다.
안젤라는 인터뷰 후 이뤄진 후속 이메일 인터뷰에서 “장순황후가 드러내지 않고 현명하게 국사를 지원한 방식이 좋았어요. 자신이 이룬 업적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아주 많은 공헌을 했어요.”라고 적었다.
좋은 협력을 위한 재료
가족 같은 예술단의 일원이 되어 얻은 삶의 교훈을 생각해보며 안젤라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신경 쓰면 일이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바로잡도록 도울 때 항상 선량한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이 실수할 때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고 정면으로 실수를 마주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실수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장애가 되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안젤라는 또한 겸손하고 열린 자세를 갖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겸손한 자세는 항상 좋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바를 인정할 때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