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무용수 릴리안 파커
매그니피상스 (Magnifissance)는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발행되고 있는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잡지이다. 매그니피상스는 동서양 두 전통에 담긴 아름다움과 품격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동서양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매그니피상스는 이번 호에서 션윈 무용수 릴리안 파커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릴리안은 2017년부터 션윈과 함께 하고 있다. 2018년 NTDTV 주최 국제 중국 고전무용대회에서 여자 주니어 부문 3위를, 2021년에는 같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매그니피상스 특집 기사: 션윈 무용수 릴리안 파커의 ‘도가의 긴소매춤’
2006년 션윈예술단 설립 이래, 전 세계 수백만 관객이 중국고전무용 공연을 통해 중국 문화에 담긴 아름다움이 무대에서 되살아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중에는 션윈 공연 관람이 연례 행사가 된 파커 가족도 있었다.
어린 시절 토론토에서 자란 릴리안 파커는 언젠가 자신이 중국 고전 무용수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그의 재능은 빛을 발했다. 올 9월, 파커는 뉴욕에서 열린 2021 NTD 국제 중국고전무용대회에서 주니어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내면의 정신을 끌어내다
소매를 길게 늘어뜨린 화려한 보라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파커는 출품작 ‘도가의 긴소매춤’으로 청중과 심사 위원 모두를 사로잡았다. 텅 빈 무대에 홀로 선 어린 무용수는 긴 소매를 휘두르며 무대를 꽉 채웠다. 정확하고 강렬하고 때론 섬세한 동작들을 너무나 수월하게 해냈다.
파커는 텀블링테크닉과 점프 실력을 과시하기보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운(身韻)은 내면의 정감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법으로, 중국고전무용에서 핵심 요소이다. 동작을 통해 내면의 정서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중국인 특유의 운치를 그 동작에 담아내는 방법을 말한다. 중국인이 아니면서 중국 고전무용의 신운(身韻)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파커의 우승은 더욱 특별하다.
예전에 춤을 출 때 파커가 중국인 특유의 운치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동료들이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학교 친구들과 중국 영화 속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많은 것을 내면에 담고 있었어요. 그들의 의도와 감정은 보이지만 마치 베일에 싸인 듯하죠.”
파커는 이 방식을 모방하기 시작하여 더 섬세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무대에서 폭발하듯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느낌을 내보내는 식인데, 참으로 미묘했어요.”
이런 방법으로 파커는 중국고전무용이 지닌 깊이와 표현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중국어에서 '샤오사(瀟灑 소쇄)'는 '평온하다' 또는 '열려 있다'를 의미합니다. 중국인은 천성이 내성적인데 이들이 샤오사를 느낄 때 정말 아름다워요. 우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힘이 참으로 크죠.”
“서양인의 경우는 이미 개방적이기 때문에 이 샤오사의 느낌이 조금 달라요.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힘을 가져요.”
동서양의 만남
중국인이 아닌 참가자가 NTD 중국고전무용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커의 남동생과 여동생도 각각 금상과 동상을 차지했다.
세 명 모두 중국 전통 명상 수련인 파룬따파를 수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중국 문화가 친숙했고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파커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12살이 되던 해 운명이 찾아왔다.
“션윈이 토론토에 왔을 때 어떤 분이 예술단에 지원해보라고 부모님을 통해 권했어요. 그래서 지원했고 몇 주 후에 뉴욕 오디션에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파커는 션윈 무용수를 양성하는 명문 페이톈 예술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동생들도 차례로 그의 뒤를 따랐다.
뉴욕 주에 기반을 둔 션윈의 사명은 1949년 중국 공산당 집권 이래 억압되었던 중국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페이톈 학생뿐 아니라 일부 중국인 예술가들도 처음으로 중국 전통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있었다. 파커도 이 탐색의 여정에 함께 하고 싶었다.
파커는 중국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 그리고 일상에서 덕의 실천을 중시하는 그들의 자세에 매료되었다. 중국 고전무용은 신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덕을 갖추는 것이 바로 중국 고전무용이 지닌 풍부한 문화를 전하는 필수 요소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과 마음가짐에 올바른 가치가 담길 때 그 춤은 진정한 중국문화의 느낌을 전할 수 있어요. 오늘날 이런 중국 전통문화는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동작의 핵심
파커의 무용대회 작품에서 긴 소매가 손이 아닌 몸의 중심부에서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다.
“동작은 중심에서 시작됩니다. 다른 모든 것은 마치 물결처럼 그 에너지원에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여기에 소매를 더하면 동작이 더욱 길어지는 거죠.”
대회에서 동작에 대한 통제력, 그리고 주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의 능력이 돋보였다.
파커는 몸의 중심에 집중하면 “우아하고 반듯한 느낌을 주며, 중국 문화의 정수를 끌어내고 동작을 확장시킬 수 있게 돼요”라고 말한다.
션윈은 예전에 소실되어 사라졌던 선다이서우(身帶手 몸이 손을 이끌다)와 콰다이투이(胯帶腿 골반이 다리를 이끌다)라는 수법을 되살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파커가 말하는 핵심 원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금상 수상 소감을 묻자 파커는 말했다. “하나의 발판이죠. 기쁘지만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회에 훌륭한 무용수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에요. 겨우 한걸음 내딛기 시작한 것 같아요.”
파커의 사려 깊은 답변은 션윈 훈련의 수준을 보여주며 또한 테크닉만이 아니라 인격 연마에 공을 들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션윈 공연의 아름다움은 바로 무용에 채워 넣은 겹겹의 의미에 있다.
션윈과 함께 예술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파커는 더 큰 지혜, 더 제련된 기술을 얻어갈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중국 고전 무용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