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수석무용수 겐지 고바야시
매그니피상스(Magnifissance) 매거진은 프랑스와 캐나다에서 중국어와 영어로 발행되고 있는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잡지이다. 매그니피상스는 동서양 두 전통에 담긴 아름다움과 품격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공유함으로써 동서양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매그니피상스 특집기사: "영혼을 울리는 예술
|션윈 수석무용수 겐지 고바야시"
장엄하고 웅장한 선율이 극장에 차오르고 무대 막이 서서히 열리면, 눈앞에 너무나 눈부신 천상세계의 장관이 펼쳐진다. 숭고하고 자비로운 부처들이 신성한 존재들의 언어, 즉 수인을 한다. 그 주변으로 아름다운 천상의 선녀들이 하늘의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듯 무대를 가로지른다. 천상 세계가 펼쳐지자 관객들 사이에서 “와우!”하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아득하면서도 친숙한 그리움을 가슴깊이 느끼며,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인다.
션윈예술단은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지만 항상 이 장면을 다르게 묘사한 작품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수석무용수 겐지 고바야시에게 이 오프닝 작품은 매년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매년 션윈과 함께 하는 투어에서 겐지는 전 세계 관객들과 중국고전무용이라는 아름다운 예술을 공유하면서 희열을 만끽한다. 무대에 오른 순간 다른 모든 것을 잊은 채 완전히 자신이 맡은 배역에 몰입한다.
겐지는 마치 무용을 하는 것처럼 온 열정과 정신을 쏟아 부으며 말을 한다. 전염성 강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 모든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긍정의 에너지를 쏟아내는 샘과 같은 존재다.
꿈에 가 닿다
겐지는 일본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2006년 뉴욕에 기반을 둔 션윈의 도쿄 공연을 처음 본 순간, 바로 션윈의 팬이 되었다. 남성무용수들이 보여주는 품위 있는 풍모와 여성무용수들의 우아함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 션윈에는 초월적이고 영혼을 울리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부터 겐지는 매년 션윈을 보러 갔다. 그리고 뉴욕주에 기반을 두고 많은 션윈 무용수들을 양성하고 있는 페이톈예술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겐지는 세 번째 오디션에서 합격했다. 그는 페이톈에서 성공하겠다고 결심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다. 견뎌내겠다.”고 다짐했다. 페이톈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하지만 겐지는 무용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지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겐지는 학교 경연대회에서 처음으로 무대 공연의 맛을 발견했다. 이 대회는 뉴욕 소재 NTDTV가 주최하는 국제 중국고전무용대회에 출전할 학생을 뽑기 위한 선발전이었다.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겐지는 “정말 행복하고 행복했습니다. 캐릭터에 몰입한 순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들게 되죠.”라고 묘사했다.
당시 겐지는 새내기 무용수였지만 처음으로 행복감을 맛보았다.
아들의 도리
페이톈에서 겐지는 중국 5천년 문명이 전하는 이야기, 가치관, 전통이 담겨 있는
중국 역사를 배우기도 했다. 충성심, 정의, 선과 악의 대결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중국 고대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어요.”
겐지와 동료 무용수들은 중국 고전무용을 통해 이 이야기들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이타심, 자비심, 진실함과 같은 전통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겐지는 중국 역사의 영웅들을 보며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갖기도 한다. “영웅들의 이야기와 행동들은 영감을 주죠.” 그러면서 겐지는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2016년 겐지는 NTDTV 제7회 국제 중국고전무용대회에서 직접 안무한 무용을 선보였다. 중국의 전통 덕목인 효와 충절을 모두 실천하고자 하는 젊은 전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청년의 아버지가 무술을 가르치며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중에 아버지는 전장에서 전사하고 청년은 큰 슬픔에 빠진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고 결국 나라를 위해 싸우며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겐지에게 이 이야기는 특히 가슴에 와 닿았다. 그도 17살에 아버지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 그의 말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믿음직스러우셨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사심 없이 남을 도왔다. 식사 때는 다른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드셨고, 식당에서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메뉴를 선택하도록 하셨다. “자신을 생각하지 않고 항상 타인을 먼저 생각해주셨어요.” 겐지에게 아버지는 완벽한 존재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저희 앞에 서서 저희를 지켜주셨을 겁니다.”
어머니가 전화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을 전했을 때 겐지는 학교에 있었다. 겐지는 이런 순간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말한다. 겐지에게 그 순간은 세상을 홀로 마주하는 법을 배우며 갑자기 성숙해지는 시기였다. “더 이상 순진한 아이로 남을 수 없었어요.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했어요.” 이야기 속 청년은 아버지의 유산과 염원을 이어가기로 선택한다.
겐지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그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정교화했다. 모든 호흡, 자세, 동작에 겹겹이 미묘한 차이와 감정을 더해 청년이 절망에서 결의에 찬 상태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겐지는 멜로디가 교향곡이 되듯 다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어 캐릭터의 그 선명한 감정선들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 속에 몰입하는 순간은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감정적으로 성숙해지고 기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더 이상 긴장하지 않게 되죠. 기쁨 그 자체인 거죠.”
마지막 장면에서 겐지는 결의에 찬 눈으로 아버지의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눈물을 닦고 긴 창을 집어 들어 전쟁을 준비한다. 겐지의 감동적인 공연은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대회 1위를 차지했다.
무한한 예술
겐지의 강렬한 연기는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일본인 팬 한 명은 자산가였는데
일본에서 같은 시즌에 션윈 공연을 세 번이나 보았지만 그래도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직 션윈 공연을 한 번 더 보고자 부인과 대만 타오위안으로 갔다. 커튼콜 때 이 자산가가 기립 박수를 치며 겐지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관객은 션윈 공연에서 감동받고, 영감을 얻고, 힘을 얻은 많은 이들 중 한 사람이다. 겐지는 공연이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듣고, 관람평 영상에서 사람들이 웃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션윈이 주는 영향력을 상기하곤 한다. “상호 관계입니다. 저희가 관객에게 주고 관객이 또 저희에게 주는 것이죠. ‘그 모든 고통과 피곤함이, 아, 그만한 가치가 있었어!’ 정말 그런 느낌입니다.”
겐지는 이제 중국고전무용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이 마법 같은 예술은 10년 넘게 그의 영혼에 힘을 주었고 일생을 두고 탐험해야 할 여정이 되었다.
“공부가 아무리 크고 깊더라도 중국고전무용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이 분야는 아주 심오하고 광대하기 때문이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여전히 공부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정점에 도달한다거나 완벽에 도달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죠. 나중에 신체적으로 더 이상 춤을 출 수 없게 되더라도 무용에 대한 이해는 더욱더 깊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겐지는 말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제 삶이고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 무용을 떠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