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역사인물 보너스: 예셴과 신데렐라
이번 시리즈에서 동서양의 역사 인물을 탐색해 보았는데요. 시리즈를 재미있게 마무리하고자 문학 속 허구의 인물 한 쌍을 더해 보았습니다. 참 묘할 정도로 닮았어요.
중국에도 신데렐라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스컴이 발달하기 훨씬 전 중국 당나라 시기인 850년 예셴(葉限)에 관한 동화가 나옵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신데렐라는 8세기 후인 1697년에 등장하고, 디즈니 버전은 1950년, 그리고 아마존프라임 버전은 2021년에 등장합니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가장 초기 형태는 로도피스(Rhodopis)로 서기 0년 전후에 그리스에서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어요. 로도피스 설화는 그리스 노예 소녀가 이집트 왕과 결혼한다는 얘기인데요.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주로 중국 버전을 프랑스인 샤를 페로가 출판한 서양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교해 보려고 해요.
먼저 몇 가지를 확인해 봅시다.
• 예셴은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마음씨가 곱고 착하다.
• 엄마가 없다.
•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쁜 계모가 하녀로 부려 먹는다.
• 계모는 예셴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뭔가 아주 비슷하죠?
예셴의 삶은 고달팠어요. 하지만 수다쟁이 물고기(생쥐가 아니라)가 있어 행복했죠. 이 물고기는 예셴에게 기쁨의 원천었어요. 매일 예션이 물고기를 보러갈 때면 물고기도 신이 나서 수면 위로 헤엄쳐 나왔어요.
하지만 그 질투심 많은 계모가 둘의 관계를 알아 버리죠. 물고기는 계모가 보일 때마다 그 살벌한 시선을 피해 물속 깊이 숨어야했어요.
하루는 계모가 예셴으로 분장하고 목소리까지 흉내 내어 물고기를 속입니다. 물고기가 수면에 나타났을 때 그를 맞은 것은 바로 흉악한 계모의 칼날이었죠. 몸을 피할 시간이 없었어요. 계모와 이복언니는 물고기를 요리해서 먹고는 뼈를 땅에 묻었어요.
예셴은 유일한 벗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 흐느껴 웁니다.
신데렐라에 행복한 요정 대모가 있다면, 예셴 이야기에는 긴 턱수염에 두루마기를 두룬 신령이 있어요. 그래서 바로 이때 신령님이 나타납니다.
신령님이 말씀하셨죠. “아이야, 울지 마라. 내가 물고기 뼈가 묻힌 곳을 안단다. 가서 뼈를 파내거라.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거라. 네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 뼈에게 소원을 빌거라. 하지만 절대 욕심을 내지 말거라. 안 그러면 하늘이 벌을 내릴 것이다.”
슬리퍼
마을에 설날 축제가 열리는 날 이복언니는 축제에 가서 신랑감을 구해볼 궁리를 합니다.
예셴도 축제에 가고 싶었지만, 계모가 못 가게 했어요. 예셴의 미모에 밀려 자기 딸이 초라해질까 겁이 났던 거죠.
예쁜 옷이 없었던 예셴은 오래된 물고기 뼈를 꺼냈어요. 그런데, 세상에나! 갑자기 비단 옷에 깃털 달린 망토를 걸치고 번쩍번쩍 빛나는 금색 슬리퍼까지 신은 자신을 보게 됩니다.
마법의 물고기 뼈와 수호자 신령님 덕택에 예셴은 축제에 갈 수 있었는데요. 도착하자마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그녀의 아름다움과 선녀 같은 얼굴, 매력적인 미소, 우아한 걸음걸이에 모두가 감탄을 하죠.
예셴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순간 이복언니가 그녀를 봐버렸어요.
“엄마, 내 동생이 맞지?”
이복언니의 목소리를 들은 예션은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그 때 신발 한 짝이 그 앙증맞은 발에서 벗겨져요.
좀 빨리 전개하자면 이 슬리퍼는 젊은 왕(아마도 잘생겼겠죠)의 손에 들어갑니다. 왕은 진심으로 이 슬리퍼의 주인을 찾고 싶었어요.
슬리퍼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왕은 이 슬리퍼에 맞는 발과(물론 그 나머지 부분과도) 결혼하겠다는 왕명을 발표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운을 시험해 봤지만, 신발 주인이 될 수는 없었죠.
왕은 신하들에게 온 나라를 뒤져 슬리퍼의 다른 짝을 찾으라고 명령합니다. 마침내 다른 짝은 예셴의 서랍에서 그녀의 눈부신 옷과 함께 발견되죠.
예셴을 본 왕은 그 미모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예셴이 슬리퍼를 신었는데, 완벽히 들어맞죠!
왕과 예셴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어요. 물론 예션은 그 사악한 계모와 이복언니에게서 벗어났고, 왕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얼굴처럼 고운 마음씨를 가진 예셴은 계모와 이복언니를 용서했어요. 굴욕과 갖은 학대, 잔학 행위까지 겪었지만 예셴은 아무런 원한도 품지 않았어요. 그녀가 매력적인 비결이 아마 이것 때문이 아닐까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예션 이야기도 이 버전이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다른 버전들도 있어요.
그리스 버전 신데렐라에서는 이라크 버전처럼 샌들이 등장해요. 중국과 프랑스 버전에는 각각 금과 유리로 된 슬리퍼가 나오죠. 러시아, 베트남, 티베트, 태국 버전에서도 비슷하고요.
아시아 버전에 환생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처럼 동서양 버전에 따라 문화적 차이가 나타나긴 합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들은 한결같이 선량하고 용서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요. 질투와 앙심을 품고 행동하는 나쁜 이들까지도 용서하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도 선량함을 잃지 않는 것이죠.
신데렐라 이야기는 좋은 사람이 불운, 불의, 역경을 겪지만 결국에는 인내와 믿음을 통해 구원과 행복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아마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줄거리가 아닌가 싶어요.
리샤이 레미시 (Leeshai Lemish)
사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