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말고 80리터가 되어라?
한번은 중국어 사전을 뒤적이다가 피스타치오에 대한 정의를 발견했는데, 견과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의미였다. 중국어로는 몹시 기뻐하는 사람을 피스타치오라 부른다.
중국어에는 관용구가 넘친다. 관용구는 민간전설이나 각 지방의 풍습, 역사적 사건 등 다양한 곳에서 유래한다. 많은 관용구가 다른 언어의 관용구와 유사한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갖기 다른 문화가 같은 생각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는 것을 발견할 때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자신이 총애하는 사람을 ‘내 눈의 사과(apple of my eye)’라 하는데, 중국어로는 이를 ‘내 손 안의 진주’라고 표현한다. 서양에서 풍요로운 땅을 의미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land of milk and honey)’이 중국어로는 ‘물고기와 쌀이 풍부한 땅’이라 불린다 (실제로 서양 음식은 중국음식보다 더 달다). 이런 표현을 볼 때면 ‘모든 무는 자신만의 구멍이 있다’라는 말 (각자 취향이 있다는 중국어 관용구)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을 재보기
누가 가장 재능 있는 사람일까? 예술가, 요리사, 수학자, 유명 운동선수, 아니면 무용수? 이 사람이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는 것을 부피 단위로 잴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삼국시대를 주름잡았던 영웅 조조는 세 아들을 두었는데 모두 각기 다른 재능을 지닌 출중한 인물들이었다고 한다. 셋 중 막내 아들이 조식이었다.
조식은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항상 부친의 총애를 받았다. 술도 많이 마시고 방종하고, 성격도 급했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조식은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여줬다.
반대로 큰아들 조비는 권력을 탐내었고 동생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왕위를 물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파한 조비는 모든 기회를 이용해 동생이 아버지 눈밖에 나게끔 했다.
조조가 죽기 전날 심사숙고 끝에 조조는 마침내 왕위를 큰아들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여전히 동생을 질투하고 불안했던 조비는 동생을 아예 없애려 했다. 하지만 민심이 두려워 직접 없애지는 않고 계략을 꾸몄다.
부친이 사망하자, 조식은 원래 그의 스타일대로 왕창 술을 마시고 장례식도 빼먹었다. 이 기회를 이용해 조비는 동생을 궁궐로 불러 들였고, 처벌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일곱 걸음을 걷기 전에 시를 한 수 짓지 못하면 사형을 당한다는 것이었다. 주제는? 형제애였다. 그런데 시에서는 형제라는 단어를 한 번도 써서는 안 된다.
은유의 대가였던 조식은 즉각 시를 읊었다.
콩국을 만들고자 콩을 삶는데
콩대를 태워 가마솥 불을 지피는구나
콩들은 하나가 되어 탄식하네
콩대여, 우리는 한 뿌리에서 났거늘
어찌 이렇게 괴롭히는고?
놀랍고도 민망하여 조비는 결국 동생을 놔줬다.
간결하면서 강력한 칠보지시(七步之詩)는 조식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이미 열 살에 뛰어난 문장력을 발휘하고, 20살에 일 만 개가 넘는 시 구절을 암송할 수 있었던 조식은 아버지 조조처럼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삼국시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천 년이 흐른 후에도 이 부자는 뛰어난 문장가로 칭송 받고 있다.
한 학자는 만약 사람들 중에 100리터만큼의 재능이 있다면 이 중 80리터는 조식의 것이라 한 적이 있다 (아마 80/20이라는 파레토 법칙의 옛날 버전인가 보다). 여기서 유래한 말이 재고팔두(才高八斗)라는 관용구로 아주 비범한 이를 뜻한다.
재능 재기
재능과 관련된 몇 가지 표현을 소개하겠다. 뛰어난 사람부터 재주 없는 이까지 순서대로 적었다.
천병천장(天兵天將): 하늘의 장수와 병사. 천하무적의 힘.
삼두육비(三頭六臂): 머리 셋에 팔이 여섯. 비범한 힘을 가진 사람.
장룡와호(藏龍臥虎). 몸을 숨긴 용과 웅크린 호랑이. 숨은 재능.
반병초(半瓶醋). 반만 찬 식초병. 서투른 사람.
흉무점묵(胸無點墨). 먹물 한 방울도 없다. 배우지 못한 사람.
이백오(二百五). 250. 바보.
더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나중에 더 많은 표현을 소개할 예정이다.
베티 왕 (Betty Wang)
기고작가
2016년 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