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보고 난 뒤의 단상
북미 투어를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호텔과 극장에서 머무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버스 안에서 보낸다. 최근에는 이동 중에 중국 드라마 삼국지를 여러 편 시청했다. 이 작품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대하서사로, 저마다 뛰어난 능력과 큰 포부를 지니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도원결의의 주인공, 유비이다. 그는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한때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바꿀 자유는 있지만, 원칙만큼은 굳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유비는 고결한 원칙을 지녔고, 그의 인의는 백성의 마음을 얻어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었다. 조조가 서주를 침공하려 했을 때, 주변 군웅들은 저마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정작 서주목 도겸을 도우려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 속에 공허한 말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때 유일하게 유비만이 도겸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겸은 늘 충의로운 인물이다. 조조가 약한 틈을 타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난세에서는 군사력이 우위를 가르지만, 결국 백성의 마음을 얻는 자가 천하를 통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순간마다 스스로의 병력을 희생해서라도 덕망 있는 군주를 도왔고, 조조에 맞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게 유비는 진정한 영웅이다.
이 대목에서 문득 생각이 미친다. 음악의 세계를 전장에 비유한다면, 과연 어떤 음악가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
아마 ‘승리’의 정의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모두 기쁘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선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끄는 음악을 만드는 이가 승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 전통문화에서는 음악의 예법을 매우 중시했다. 고대 중국인들은 음악이 영혼을 정화하고, 품성을 고양하며, 인격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믿었다. 음악을 통해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훌륭한 예술가는 그 인품 또한 존경받을 만해야 한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자신의 가장 큰 영감으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를 꼽은 바 있다. 카잘스는 “나는 먼저 한 인간이고, 그 다음이 음악가이며, 마지막이 첼리스트다”라고 말했다. 요요 마의 어머니인 마리나 루 역시 인터뷰에서 “그의 친절함과 진실함이 첼리스트로서의 성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리나 루는 하버드 재학 시절 요요 마에 관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기숙사에서 늘 아침을 거르는 흑인 여학생을 보고, 어느 날 아침 식사를 사서 비닐봉지에 담아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아침 식사는 건강에 좋아요”라는 쪽지를 함께 남겼다. 다음 날, 그 학생은 “고마워요, 요요 아버지!”라는 답장을 남겼다. 그는 국적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이러한 따뜻함을 베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도 있다. 과거 중국 공산당 지도자 장쩌민의 미국 방문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연회에 요요 마를 초청했다. 그는 장쩌민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식사 중 티베트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을 언급했다. 장쩌민은 크게 불쾌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중국 공산당의 미움을 사 한동안 중국에서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사랑했고, 그의 음악을 원했다. 그는 비판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말했다. 권력의 호불호와 무관하게, 그는 사람들을 향한 마음을 지닌 예술가였다.
나는 생각한다. 음악이라는 전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仁)과 사랑, 그리고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션윈의 예술감독은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인류를 위해 몇 가지 선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삶은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다.”
예술가의 길은 험난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그러나 삶의 원칙을 가슴 깊이 새긴 예술가는 결코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자주 마주한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단순한 예술 공연을 넘어, 깊은 의미와 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인터미션이나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오케스트라 피트로 내려와 직접 감동과 찬사를 전하기도 한다.
중국의 위대한 사상가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은 다투지 않으니, 능히 그와 다툴 수 있는 이가 없다.” 션윈의 모든 단원들은 금전이나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 전통문화를 진심으로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헌신한다. 이것은 훨씬 더 고귀한 지향이며, 시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여정이다.
웨에 황 (Yue Huang)
바이올리니스트
2011년 3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