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 멋지거나 시원하거나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중국에 이런 말이 있었대. “부채는 쿨함의 핵심, 쿨함은 인생의 핵심.” 아마 누군가 한 명쯤은 그런 말을 했을 거야.
그만큼 옛날 중국에서는 부채가 옷이나 음식만큼 흔한 필수품이었거든. 생존을 위해 부채에 의존한 사람도 있었어. 그런데 어떻게? 왜? 아니, 정말?
멋지고 으리으리한 부채의 효능을 오늘날의 사고방식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일이지. 부채가 여러 방면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그 당시로 돌아가 봐야 해. 그럼 옛날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볼까.
참! 부채가 뭔지 모르는 친구들은 없겠지? 드로리안(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에 탑승하기 전에 잠깐 확인하고 갈게. 부채 : ①남에게 빚을 짐 ②손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 다음 사전에서 살펴봤어.
설마 ①번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은 없겠지? 우리가 살펴보러 갈 부채는 ②번이야. 요즘은 부채를 패션 소품으로도 활용하지만, 원래 용도는 더 다양했어. 그럼 이제 출발할 테니 다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함께 외쳐보자. “백 투 더 퓨처!” 아니 “패스트!”
부채는 캔버스다
흐르는 붓끝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서예작품이 빚어지던 시절, 부채는 캔버스 역할을 했어.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으로서 부채가 처음 등장했던 기원전 2세기에는 아직 그림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가 발명되지 않았지. 당시 중국에서는 부채의 대나무 살을 예술적 표현의 공간으로 활용했어.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키는 본연의 기능에 멋진 디자인과 우수한 휴대성을 갖춘, 훌륭한 도구였어.
시가 적힌 부채도 흔했어. 시인들은 시상이 번뜩이면 지니고 다니던 부채에 휘갈기듯 옮겨 적었지. 영감을 얻으러 여행을 떠날 때는 빈 부채를 여럿 챙겼어. 때로는 이국의 도시에서, 때로는 멀고 먼 산에 올라 통찰과 계시를 찾아 헤맸지. 중국의 학자들이 시를 읊으며 그 서정적인 아름다움에 탄복하며 부채질을 하는 장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을 거야.
부채는 무기다
옛 중국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바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야. 문무쌍전(文武雙全)이라고 해. 무기로서 부채도 존재했어. 검, 창, 호랑이가 흔하던 시절에도 부채는 무술가들이 선호하는 무기였어. ‘청나라 황궁의 호위무사’(이번 시즌 션윈 작품!)도 부채로 무장했지. 튼튼한 강철로 만들어져 접으면 강인하고, 펼치면 치명적으로 날카로웠어.
큰 부채는 근접 전투용이었고, 던지는 무기로 쓰이는 작은 부채도 있었어. 싸움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피해를 주는 용도로 사용됐지. 뜨거운 격전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을 거야.
부채는 암기로도 적합했어. 일상생활에 흔히 쓰이다 보니 쉽게 위장할 수 있었어. 그 자체를 무기로 쓸 수도 있었지만, 부채 안에 작은 칼이나 독침을 숨기는 것도 암살자의 선택지 중 하나였지.
다소 아이러니하게도 부채를 적들에게만 날렸던 건 아니야. 옛 중국에서는 친구와 사랑하는 이에게도 부채를 작별선물로 줬어.
물론 부채의 용도는 더 다양해.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거나, 벌레를 쫓거나, 말썽꾸러기를 혼내줄 때도 쓰였어. 요리할 때나 낮잠 잘 때 햇빛을 가리기 위해서도 쓰였지. 아직 더 자세히 살펴볼 만한 용도가 하나 더 남았어.
부채는 공연 도구다
모든 부채 중에서도 가장 매력 넘치는 건 바로 무대 위 공연 도구로서의 부채야. 공연계에서는 이미 친숙한데, 역사적으로 여러 문화권에서 부채를 공연 도구로 사용해왔어. 앞서 소개한 부채가 세월과 함께 사라져갔지만 공연도구로서의 부채는 다양한 손길을 거치며 오늘날에도 무대에서 어엿한 대접을 받고 있지.
공연계에서는 부채를 꾸준히 이용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션윈은 가장 열렬한 고객이야. 션윈의 공연 도구로서 부채는 모양, 크기, 색깔과 디자인이 무척 다양해. 만주족 귀족 여인의 우아한 타원형 부채에서 합치면 국화꽃 송이 모양을 이루는 샛노란 쌍부채까지, 물 흐르듯 너풀거리는 선녀 부채에서 황제가 직접 지니고 다니는 황실 부채까지. 션윈에서는 가장 자연스럽게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부채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그러니 드로리안에 연료가 부족해도 걱정하지 마. 대신 션윈에 올라타면 되니까. 아마 눈 깜짝할 사이에 반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부채 - 멋지거나 시원하거나
2012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