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세계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니스에 도착 후 나는 바닷가 산책로를 거닐었다. 바로 작년에 테러가 발생한 지점이어서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길가에는 추모의 뜻을 담아 돌멩이로 만든 하트나 오래된 마른 꽃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도심의 극장에서 아름다운 무용과 음악을 무대 위에 선보였다. 영감과 희망으로 가득한 공연.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공연 같았다.
올 봄 션윈이 유럽에서 투어를 하던 기간엔 테러 소식이 끊이지 않는 것 같았다. 프랑스 파리 총격전을 비롯, 우리가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발생한 런던 웨스트민스터 테러, 또 최근에는 스페인 라 람블라의 우리 공연장 앞에서도 테러가 발생했다.
이런 곳들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이스라엘이 아닐뿐더러 90년대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던 곳도 아닌 바로 파리와 런던, 바르셀로나이다. 하지만 동시에 극장 안에서 우리는 좋았던 그리고 다시 좋아질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았다.
사실 션윈이 그리는 세계는 잃어버린 고대 중화 문명이며, 이는 오늘날 중국을 포함한 그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다. 우리의 사명은 “다시 태어난 5천년 문명”이며 공연의 주된 내용 또한 이를 다루고 있다. 폭력적인 공산당 아래에서 수십년 동안 파괴된 전통 중화문명의 정수를 되살려 공연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이를 나누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것이 단지 중화문명만이 아닌,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함께 추구해야할 희망과 가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션윈이 걷는 길은 독특하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동시에 미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공연의 주 예술 형식인 중국 고전무용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옛날 과거 황제들이 궁전에서 관람했던 때처럼 오늘날도 숨막히게 역동적인 무대를 보여준다. 무용은 동서양의 전통악기를 흠잡을 데 없이 조화시킨 라이브 오케스트라 반주로 진행된다. 조명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해서 의상의 밝은 색감을 잘 살려낸다. 디지털 무대배경은 무대공간을 확장시키고 관객을 다른 시공으로,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곳까지 즉시 데려간다.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온 교훈과 가치가 담긴 이야기와 전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공연자들의 접근 또한 새롭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내면을 성찰하고 정신면모의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며 예술의 경지를 더욱 완벽하게 한다. 그들은 스스로 아무런 사심이 없는 순정한 마음 상태를 추구하여 공연마다 관객에게 저절로 눈물이 흐를 만큼 큰 감동을 선사한다.
뉴욕 본거지에 돌아온 우리는 현재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기나긴 리허설과 수많은 작업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하지만 고된 작업과 집에서 즐기는 여유에 푹 빠져 있는 한편, 마음 한 켠에선 션윈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를 필요로 하는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어서 빨리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리샤이 레미시 (Leeshai Lemish)
사회자
2017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