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월대보름은 등불 축제의 날
음력 정월이 되면 중국인들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설날은 음력으로 새해의 시작일 뿐 아니라 보름간 이어지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설 축제 기간에는 각 날짜마다 독특한 풍습이 있다. 열다섯 째 날 밤은 새해 들어 첫 보름달을 볼 수 있는 정월대보름이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랜턴 페스티발’, 즉 ‘등불 축제의 날’이라 부른다. 올해 션윈 무대에도 등불이 등장하는데, 이 등불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려 한다.
오늘날 등불은 장식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예전부터 음력 정월에 악귀를 쫓기 위해 창과 문을 아주 정교한 종이 세공으로 장식하고 등을 걸어 놓았다. 종이 등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간다.
기록에 따르면 2000년 전 위대한 지략가였던 제갈량은 어둠 속에서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대 중국에서 종이 제작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제갈량은 아주 얇은 기름종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대나무로 모자 모양의 틀을 만들고 이 종이를 발랐다. 틀 안에 촛불을 고정시켜 불을 켜자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등이 하늘 위로 뜨게 됐다. 이렇게 해서 밤하늘을 나는 최초의 등이 탄생하게 된다. 제갈량의 자(字)가 공명(孔明)이기 때문에 오늘날도 하늘로 뜨는 등불을 일컬어 공명등(孔明灯)이라 부른다.
옛적 중국에서는 집집마다 등불을 거는 풍습이 있었다. 등불 축제 때는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적은 종이를 등불 바닥에 걸어 놓았다. 모두가 이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즐거움을 함께 나눴고 신나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냈다. 이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고 여전히 인기 행사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풍습은 등불 구경이다. 구경하는 게 무슨 재미냐고 생각된다면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라.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가족과 이웃, 친구들과 함께 거리를 밝히는 형행색색의 등에 둘러싸인 모습을! 중국인들에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놀라운 광경이다.
등불 구경에 대해 말하자면, 당나라(서기 618-907년) 현종 시기에 수도 장안에서 5만 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등이 불을 밝혔다고 한다. 다양한 모양과 다채로운 장식은 풍요로웠던 당대의 영광을 보여주는 것으로 당시 등불은 그 어느 시기보다 호화로웠다.
마지막으로 음식 없는 축제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에서는 정월대보름에 탕위안(汤圆) 또는 위안샤오(元宵)로 불리는 음식을 즐긴다. 탕위안은 찹쌀로 빚은 새알심 모양으로 송나라 때부터 전해졌다고 한다. 중국어로 탕위안은 가족의 결합을 뜻하는 퇀위안(團圓)과 발음이 비슷하다. 중국인들의 사고에서 ‘둥글다’와 ‘함께 하다’는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탕위안은 서로 함께 한다는 의미를 상징하게 됐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음식 하나에 가족과 친지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탕위안에는 달거나 짠 여러 가지 소가 들어가고, 국에 넣어서 낸다. 소로는 백설탕, 갈색설탕, 참깨, 호두, 말린 계화꽃, 장미, 설탕에 절인 귤껍질, 콩소, 대추 등이 쓰이고 두세 가지 재료를 혼합하기도 한다. 다양한 배합이 가능해 탕위안에 들어가는 소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즐거운 말의 해가 되길!
헬렌 시아 (Helen Shia)
무용수
2014년 2월 10일